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사실을 에반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깨닫고 있었다. 미궁에서 늘 밝고 다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때때로 에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깊은 우울을 끌어안고 있던 아버지가, 미궁을 나와서 어머니의 행방을 알려준 그 순간부터. 어쩌면 그 말을 듣기도 전에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을지 내심 짐작하게 되었을 때부터. 그렇게 또래...
황제 폐하께서 일정을 취소하고 방에 홀로 틀어박히는 날에는 리이난트 백작이 찾아온다. 때는 이른 아침이기도, 오후 느즈막한 때이기도 하다. 그러나 찾아오지 않는 일은 없다. 휴식을 취할 때면 시종장의 출입조차 허가하지 않는 황제지만 그만은 예외였다. 하지만 그다지 비밀리에 이루어진다 보기 어려운 방문임에도, 백작과 황제의 일은 남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의 귀...
키리카와 엘세벤느가 도레아와 에루루를 데리고 탈출한 뒤, 사람이 줄어든 거점은 심하게 썰렁해졌다. 이렇게 탐색을 나가지 않는 날에는 그 썰렁함이 한층 더 크게 느껴진다. 세라피나는 식당 테이블에 앉아 턱을 괸 채 중얼거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정말 그렇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데 아크는 자리를 비웠으며 이사나는 율에게 관리자 수업을 받...
대충 10대 초반에 에렌델 입양 이야기 나오고~입양 초기에 한창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기 시작할 때부터 에렌델은 주기적으로 비슷한 악몽을 꿈.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남자가 자기 목을 조르고, 나름대로 빠져나오려고 애써보지만 결국 그대로 죽고 마는 꿈이었음. 증오와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자길 노려보면서 죽이는 남자의 얼굴은 싫어도 에렌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
오르트 영지에 손님이 찾아왔다. 근래 들어서는 별다를 일도 아니었다. 수 년 전, 오르트 남작가의 차남이 잠시 행방불명이 되었다 돌아와 놀라운 수완으로 가문을 재건한 이래 영지를 찾는 사람들은 부쩍 늘어났다. 귀족, 상인, 일꾼, 이주민, 여행자 등.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몰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이렇다 할 짐도 없이 겨우 두 명 뿐인 단촐한 일행은 특별할...
일을 치르고 난 다음날 아침은 늘 비슷하다. 평소보다 뻑뻑하고 무거운 눈꺼풀과 허리 아래로 느껴지는 둔한 통증, 나른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끔하게 닦인 몸. "잘 잤어?" 저 혼자만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고 미소짓는 단정한 얼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고개를 끄덕이자 눈가에 어린 온기가 한층 짙어진다. 말로 대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서...
평소처럼 거점을 둘러보던 중, 창고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메릴이 또 기어들어가서 낮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인가 싶어 지나치려는데 문틈으로 손 하나가 비죽 나와 손짓한다. 아, 메릴이 아니었군. 수련장에 있을 줄 알았는데. 에렌델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아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창고로 들어갔다. "왔네요, 에렌델." 라이넬이 웃는 얼굴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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